심석희가 밀고, 최민정이 버티고, 김길리가 끝냈다…8년 만에 되찾은 금빛 계주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다시 한번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최민정·김길리·노도희·심석희가 4분 4초 014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8년 만의 정상 복귀다.
다시 증명한 ‘효자 종목’의 저력

여자 3000m 계주는 한국 쇼트트랙의 상징과도 같다.
1994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4연패를 달성했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과 2018 평창 대회에서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평창 이후 대표팀은 긴 침체기를 겪었다. 조직력 붕괴와 세대교체, 네덜란드와 캐나다 등 경쟁국의 급성장 속에서 예전 같은 압도적인 위용은 사라진 듯 보였다. 이번 금메달은 그런 의구심을 완전히 지워낸 결과다.
🧭 주장 최민정의 결단, 팀을 다시 묶다
이번 우승의 중심에는 주장 최민정이 있었다. 과거의 갈등과 상처를 뒤로하고 팀을 하나로 묶어 세운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심석희와 다시 힘을 합치는 과정은 대표팀 재건의 분수령이었다.
대표팀은 이후 국제대회에서 점차 조직력을 회복했고, 2025~2026시즌 월드투어 계주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밀라노 무대에서 보여준 침착함은 준비된 팀의 모습이었다.
🔥 16바퀴 전 위기, 그리고 2바퀴 전 역전
결승은 순탄하지 않았다. 초반 선두를 달렸지만 중반 3위, 4위까지 밀렸다. 결승선 16바퀴를 남기고 네덜란드 선수의 낙상으로 흐름이 흔들렸고, 한국은 선두 그룹과 간격이 벌어졌다.
하지만 흔들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직선 주로에서 심석희의 강한 푸시가 최민정에게 전달됐다. 최민정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캐나다를 제치며 2위로 복귀했다. 그리고 마지막 주자 김길리가 승부를 걸었다.
결승선 두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를 과감히 파고들며 선두 이탈리아의 아리안나 폰타나를 제쳤다. 순간적인 판단과 폭발적인 가속, 그리고 마지막까지 라인을 지켜낸 집중력이 만들어낸 장면이었다.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8년을 기다린 금메달을 확정했다.
🎖 금메달 이상의 의미
이번 우승은 단순한 1위가 아니다.
무너졌던 팀워크의 복원, 세대교체 속 균형, 그리고 리더십의 결단이 만든 결과다. 경기 후 태극기를 함께 들고 환하게 웃는 선수들의 모습은 그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여자 3000m 계주는 다시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이 됐다.
심석희의 밀어주기, 최민정의 버팀, 김길리의 질주가 이어져 완성된 이번 금메달은 “팀”이 무엇인지를 증명한 값진 결과로 남을 것이다.
이번 금메달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무너졌던 조직력을 복원하고, 세대교체의 과도기 속에서 균형을 찾아낸 결과다. ‘맏언니’ 이소연을 위한 세리머니까지 준비한 선수들의 모습은 단단해진 팀워크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쇼트트랙은 한국 동계 스포츠의 자존심이다. 그리고 이번 계주 우승은 그 자존심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심석희의 푸시, 최민정의 버팀, 김길리의 질주. 세 장면이 이어져 완성된 8년 만의 금빛 서사는, 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팀의 힘을 말해주고 있다.